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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이래 예술은 사회의 타 분야와는 분리된 독자적인 영역이 되고자 해 왔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예술과 사회의 떨어질 수 없는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 속에서 때로는 예술이 사회를 이끌기도 했고, 때로는 사회가 예술을 포섭하기도 했다. 양자를 둘러싼 제반 담론과 현상을 두고, 이렇게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사회인가? 아니면 사회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예술인가?” (이브 샬라스, 「보드리야르에 의한 세계를 다시 매혹하기 혹은 예술 속에서의 사회」, 1996)
한사회는 그 안에 속한 개인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끼친다. 제도나 매체뿐만 아니라 심지어 이웃이 건네는 인사와 같은 일상적인 경험까지도 사회의 구조 안에 포섭되고 그 특성을 반영한다. 이러한 사회의 영향은 또한 다양한 매개물과 방식을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 예술 작품 역시 그 중의 하나로서, 작가의 일상적인 경험을 표현할 뿐만 아니라 사회와 연관을 맺고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때 여러 작품들이 동일한 사회에 속했다고 해서 동일한 양상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사회는 개별적인 경험이라는 망을 통해 전달되고, 그 경험들은 모두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100명의 서로 다른 경험들이 한 사회의 100가지 측면을 보여준다.
송민규(a.k.a. 송호은) 작가의 작업에서도 작가 개인이 경험한 현대 사회의 특정한 단면이 드러난다. 이는 그의 초기 작업에서부터 엿볼 수 있다. 작가의 2008년 이전 작업은 주로 일상을 담은 드로잉들이다. 소소한 일화와 개인적인 고민들을 마치 그림일기를 그리듯이 펼쳐 놓았지만, 그 안에는 분명 미술과 작가 혹은 사회와 개인에 대한 고민들이 스며들어 있다. 이후 회화 작업을 시작하면서 작가는좀 더 본격적으로 현대 사회의 구조적 측면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이 때 두드러지는 것은 시뮬라크르, 즉 이미지가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모든 것들이 물신화되고 기호화됨으로써 실재는 은폐되고 교환가능성이 난무하게 된 상황,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는 어지러운 이미지들이다.
최근의 회화 작업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단순하고 명료한 이미지들이 반복되어 식상해져버린 풍경이다. 네모난 빌딩의 네모난 창문들, 똑같은 말을 되풀이 하는 광고 간판들, 서로 다를 것 없어 보이는 건물들이다. 각 부분들은 모듈로 찍어낸 듯 비슷해 보이고, 따라서 한 부분을 다른 부분으로 대체한다고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이는 분명 많음, 높음, 거대함 등의 가치를 갖고 있지만 삭막하고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광경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불편함의 이유가 보인다. 인공적인 중성색을 사용하고, 원근법에는 어긋나있으며, 생명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이상한 인공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움과는 먼 이 광경은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도시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작가의 작업은 단순한 묘사에서 더 나아가 불편한 위트를 보여준다. 이는 작품 제목이나 그림 안의 문구가 이미지와 결합함으로써 발생한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이어야 할 슬로건은 이제는 지쳤다며 텅 빈 채로 남아있다.(<저도이젠지쳤어요그만할래요>) 멋진 자동차를 탈 수 있게 해 주는 서비스이지만 자동차는 그저 얄팍한 구조만 존재하는 가짜일 뿐이다.(<무료서비스>) 극찬의 형용사들을 가득 늘어놓으면 결국 모두 평범해 지는 것처럼, () 일련의 작업들은 풍요로워 보이는 우리 사회가 실은 허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송민규 작가의 작업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수수깡으로 만든 집처럼 알록달록하지만 위태롭다. 우리의 시야를 가리는 커다란 색면은 사실 얇고 연약하며 그것을 몇 가닥의 철근이 지탱하고 있을 뿐이다. 거대한 시뮬라크르가 사회의 실재로부터 우리 눈을 가리고 있지만 실상은 앙상한 허상의 구조들로 지탱되는 것이다. 작가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그 허위성을 경험하고 그것을 작업으로 표현해 내고 있다. 그럼으로써 각각의 그림들은 하나의 거대한 판타지를 받치고 있는 다양한 구조를 위트 있게 암시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는 사회에서부터 시작하여 그 영향을 받은 예술, 그리고 예술이 보여주는 사회로 되돌아왔다. 하나의 작품을 개인적인 것으로 혹은 사회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은 이미지의 힘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로 보이는 작품에서 사회적인 것의 결을 읽어낼 수 있게 만드는 것 역시 이미지이다. 그러나 그 구조의 얼개를 이미지로 풀어내는 것은 작가에게 주어진 몫일뿐만 아니라 관객에게 주어진 역할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눈에 보이는 것을 한 번, 두 번, 여러 번 읽어낼 때마다 눈에 보이는 사회를 받치고 있는 구조들이 떠오를 것이다. 이들은 관객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다른 색을 띌 수도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본질적인 길은 예술을 사회에 이르게 한다.”

성지은 / 갤러리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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